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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화 (默香花)/다물(多勿)-李時明

Demian-(無碍) 2007. 7. 19. 12:56



 

 

묵향화 (默香花) 

 


-李時明


빈 들녘에 홀로이 핀 꽃, 이름 없는 풀꽃이여
어찌하여 너는 이름조차 없더냐
내가 너를 몰랐음이냐, 네가 나를 몰랐음이냐
내가 너를 몰랐기에 너도 나를 몰랐어라

빈 들녘에 홀로이 핀 꽃, 이름 없는 풀꽃이여
외로워 말어라 이젠, 외로워 말자스라
내가 너를 보았거니 너도 나를 보았으니
우린 이제 하나로 결코, 둘이 아니어라
비로소 살아있는 명분과 까닭이 있어라

빈 들녘에 홀로이 핀 꽃, 이름 없는 풀꽃이여
속으로 속으로만 침묵으로 흐르는
이 무언의 대화를 잊지 않고저
내 가난한 손길로서 너의 이름을 불러주련다
저 만치 홀로이 핀 꽃 - 묵향화(默香花)여!
내 영혼이 너와 함께 숨을 쉬어라

언젠가 그 언젠가 이 들녘에서
백마소리 우렁차고, 흰 소가 용(勇)을 쓰는 날
영악한 몸짓으로 제 힘을 뻐기던 억새풀은
스스로 힘에 겨워 지고 말리니...
그 때에 눈부신 저 태양을 향하여
너의 미소 햇살에 담고, 가난한 네 노래를 마냥 불러 보아라

빈 들녘에 홀로이 핀 꽃, 나의 默香花여!
지금 작은 너의 모습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어라
지금 가난한 너의 모습은 결코, 가난한 것이 아니어라
지금 외로운 너의 모습은 결코, 외로운 것이 아니어라
먼 훗날, 너의 모습은 꿈처럼 빛나고 이슬처럼 영롱하리라

아! 서녘바람 맑은 바람을 타고
매화향기 온 누리에 아득히 스미어 번지니
긴 긴 봄이 옴을...
여치야! 행여, 네가 아느냐 마느냐.


1986.07...-다물(多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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