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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 無碍(礙)

Demian-(無碍) 2012. 10. 3. 07:15



해바라기 


/李時明 


풀 위에 둥근 해가 떴어요 
가비야운 몸매에, 환하게 
미소 지으며 웃고 있어요. 

동그랗게 땋은 머릿결은 
파란 하늘을 모자로 쓰고, 
긴 줄기 타고 내린 뿌리는 
몰래 몰래 아무도 모르게 
땅 속에 살짝 숨어 있어요. 

환하게 빛나는 저 얼굴 속에는 
깨알처럼 수 많은 애기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있구요. 

해바라기 씨앗들, 저 속에는 
이듬해 생동하는 봄이 담겨있어요. 
꿀벌과 꽃, 노랑나비도 숨어 있고 
초가지붕 박꽃도 숨쉬고 있어요. 

깨복돌이 앙징스런 저 얼굴에는 
조그맣지만 또 다른 세상, 우주가 
개벽의 세상을 꿈꾸고 간직하며 
새록 새록 숨 쉬고 있답니다. 


2004.10.03.-[-[無碍(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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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문학과 육필]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