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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입적송

Demian-(無碍) 2014. 8. 21. 16:27

 

서산대사 - 입적송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그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간,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라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라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리오.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모두가 다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서

뭐가 그리 잘났다 하고

남의 것을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가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거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외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으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