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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시비무소정(天下是非無所定)

Demian-(無碍) 2012. 9. 12. 20:26


(無所亭)http://blog.daum.net/hanvak


<소개글>펌~


천하시비무소정(天下是非無所定)



    /회남자(淮南子)



세상에 是非(시비)는 정해진 바가 없으니, 

天下是非無所定(천하시비무소정)


세상에 是非(시비), 옳고 그름이란 것은 정해진 바가 없으니,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옳다 싶은 것을 옳다고 하고 

틀렸다 싶은 것을 틀렸다 한다. 


이에 이른바 是(시)와 非(비), 옳음과 그름은 

서로마다 달라서 그저 모두들 자기는 옳고 남은 틀렸다고 한다.

이로서 볼 때, 일은 내게 유리하다고 해서 꼭 옳은 것은 아니요, 

나에게 거슬린다 해서 그것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따라서 옳은 것을 구한다는 것은 道理(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게 유리한 것을 찾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틀린 것을 물리친다는 것 역시 삿된 것을 비판하기 보다는

 내 마음에 거슬리는 것을 멀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게 거슬린다 해서 그것이 꼭 남에게 그런 것이 아니요, 

내게 유리하다 해서 그것이 꼭 남에게 틀린 것도 아니다.


이쪽에선 옳다 하는데 저쪽에서 틀렸다 하고, 

저쪽에선 옳다 하는데 이쪽에선 틀렸다 하는 것이니 

일러서 一是一非(일시일비)라고 한다.


오늘에 이르러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을 택하여 이것에 편승하고,

 내가 틀렸다고 하는 것을 택하여 그것을 물리치고자 한다. 


그러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是非(시비)란 것은 

어느 쪽이 是(시)이고, 어느 쪽이 非(비)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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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淮南子(회남자) "제속훈"에 있는 문장이다.


첫 문장 

“세상에 是非(시비), 옳고 그름이란 것은 

정해진 바가 없으니”는 

본문이 ‘天下是非無所定(천하시비무소정)’이다.

천하에 시비란 것이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는 말,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윗글에서

 ‘내게 유리한 것을 옳다 하고 

내게 거슬리는 것을 틀렸다 한다’는 말 역시,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부분의 옳고 그름의 문제, 

즉 是非(시비)의 문제는 그 대다수가 

자신에게 有利(유리)하냐, 不利(불리)하냐의 문제가 

본질인 것이 사실이다.


오늘 날에도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아니다, 너야말로 틀렸다’로 시끌벅적한 세상임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사실 이 모두 可笑(가소)로운 일이다. 


그저 利害(이해)와 有不利(유불리)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 是非(시비)의 영역인양 떠들어댄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是非(시비)는 

利害(이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 감각이지 않겠는가.

대립하는 쌍방이 모두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반복하는 현실이니 

앞서 글에서처럼 이를 두고 一是一非(일시일비)라 한다.


그럴 바엔 

나도 옳지만, 너도 옳다고 하는 것이 

원만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현실은 내게 좋으면 너에게는 불리하고, 

너에게 좋으면 내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해갈등’인 것이고, 

有不利(유불리)는 언제나 엇갈리기 마련이다.


세상이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현장이니, 

늘 이해갈등이 존재한다. 

그런 것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현장은 

역시, 정치라 하겠으니 

그냥 정치가 아니라, ‘정치판’이라는 말을 한다.


정치판은 

세상의 모든 오염된 물이 흘러드는

 ‘하수종말처리장’이라 하겠다.

그러니 정치 신인들이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면서 등장하곤 하는데 

실로 무슨 말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깨끗한 정치는커녕 

우리 정치판의 사람들은 갈수록 거친 말을 함에 있어 

조금도 서슴없다. 양보는 곧 패배이고 

죽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이지, 

인터넷 포털의 전면을 장식하는 각종 기사들은 

그 제목만으로도 마주 대하기가 무섭고 끔찍하다. 

요즘에는 트위터, 말 많은 참새들의 짹짹거림이 

거기에 또 가세를 하고 있다.


그러니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나는 가장 성가시고  싫다. 

시도 때도 없이 문득,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길게 늘어놓는 사람이 있으면 

겉으로는 잠시 참아주지만, 

속으로는 ‘저 양반 참 무례한 사람이네’ 여긴다.


그런 이슈에 대해 

물론 나 역시 뚜렷한 생각이 있고 견해가 있지만, 

그 역시 앞의 회남자의 글처럼, 그건 내 생각일 뿐 

모두의 일치하는 생각이 아닐 것이니, 

할 일 없이 한가롭게 내 생각을 밝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 당연히 견해야 있겠지만 

그 또한 처음부터 

토론하는 자리로 잡은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말하는 것은 

그저 허공에 소리를 내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에 있겠는가.


그렇다면, 애당초 처음 글에서처럼 

是非(시비)는 근본적으로 가릴 수 없는 것일까?

시비를 가릴 수 없으니 

그저 懷疑(회의)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여긴다.


다만 是非(시비)를 가려낼 수 있으려면 

기본이 있어야 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是非(시비)는 

利害(이해)에 관한 것의 다른 표현인 것이니, 

이해를 떠날 수 있는 자만이 

참다운 是非(시비)를 가릴 수 있다 하겠다.

이를 줄여서 표현하면 

無私(무사), 즉 私(사)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私(사)가 없다는 것은 

자기에게 이롭게 하는 마음, 

즉 利己心(이기심)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利己(이기)하는 마음이 없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처럼 無私(무사)하기도 어렵지만 

또한 그것만으로는 

역시 是非(시비)를 가려내는데 있어 부족함이 있다.


어린 아이처럼 아무 것도 모를 경우... 

天眞爛漫(천진난만)할 경우,

 私(사)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어린 아이에게 세상의 시비를 가려달라고 

부탁할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 이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니 

그 조건이라 다름이 아니라, 

事物(사물)의 理致(이치)에 통달해서 

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줄여 말하면, 知道(지도)라고 하겠다.


知道(지도)란, 道(도)를 알고 있다는 말이니 

세상의 이치에 대해, 보통 사람이 알지 못하는 

세세한 측면과 함께 광활한 측면까지 통달하고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是非(시비)를 

진정으로 가릴 수 있는 사람은 

따라서 無私(무사)하고 

知道(지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無私(무사)하기도 어려운데 

나아가서 知道(지도)까지 해야 한다니, 

참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是非(시비)를 가려낼 수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至難(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이에 다시 돌아가서 정리하면

 淮南子(회남자)의 처음 문장처럼,

 "天下是非無所定(천하시비무소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