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아우슈비츠
/李時明.
구제받지 못하는 역병이라는 건지,
그놈의 이름도 차암~고약하고 더럽다!
구... 제... 역...
비록, 인연 줄이 달라서
짐승이란 이름으로 왔으나
겉거죽만 다를 뿐,
너와 나는 모두 다
잠시, 이 지구별로 소풍 온 친구들이 아니랴!
혹한의 이 엄동설한
저 차가운 흙구덩 속에서 너희들 육신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다 썩어갈 무렵이면
어쩌면, 이 땅에는
겉도 속도 똑같은
두발달린 머리검은 짐승들만 남게 될지 모르겠구나!
버려지는 폐기물처럼
대량학살이 이루어지던
저 아우슈비츠!
어떤 이는, 해부학 실습용으로
어떤 몸은 신약제료가 되기도 하고
혹은, 실험용 몰모트용 마루타로
고통과 비명의 아비규환 속에 죽어간 이들
검붉은 화염 속에 재가 되기도 하고
혹은, 한줌 비누덩이로 화하기도 했던
유태인의 처절한 그 모습들
너희들의 비극이 그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구나!
찢어지게 가난하여 지지리도 못살았던
보릿고개 넘던 그 때,
개똥이, 맹자 , 맹순이, 삼식이, 용팔이
자갈돌 같이 흔하게 굴러다니던
그 이름들을 부르듯,
너희들 이름을, 허공에 소리쳐 불러보련다.
......
......
산비탈, 논고랑, 밭고랑
온종일 뙤약볕 속에 넘나들던
음메음메~누렁아~
우리집 아들놈 딸년들
서울유학 시켜주던
꾸럭꾸럭~도야지야~
허약한 막둥이놈
건강 꼭꼭 챙켜주던
꼬고곡 꼭꼭~ 꼬꼬댁아~
아지 아지, 송아지야
아지 아지, 망아지야~
이눔의 짜식들아~
에헤이~
이 불쌍한 놈들아~
느그들을 그리 보내고
휑~하니, 맥없이 남은 내가
참 허접스럽기 짝이 없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에이~이노무 짜슥들아!
훠이훠이~
잘 가거라, 자알 가거라~
가거든, 부디 이 다음엔
저 초원에 구르는 자갈돌멩이
한 점, 풀꽃이나 될지언정
짐승으로는 오지 말거라.
다시는, 다시는
오지말아라!
이 몹쓸 놈의 아우슈비츠에는...
2011.01.11.-[多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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