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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아우슈비츠 /이시명

Demian-(無碍) 2011. 1. 13. 09:40

 

 

신(新)아우슈비츠

 

 

   /李時明.

 

 

구제받지 못하는 병이라는 건지,

그놈의 이름도 차암~고약하고  더럽다!

구... 제... 역...

 

비록, 인연 줄이 달라서

짐승이란 이름으로 왔으나
겉거죽만 다를 뿐,
너와 나는 모두 다

잠시, 이 지구별로 소풍 온 친구들이 아니랴!

 

혹한의 이 엄동설한

저 차가운 흙구덩 속에서 너희들 육신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다 썩어갈 무렵이면

어쩌면, 이 땅에는

겉도 속도 똑같은

두발달린 머리검은 짐승들만 남게 될지 모르겠구나!

 

버려지는 폐기물처럼

대량학살이 이루어지던 

저 아우슈비츠!

 

어떤 이는, 해부학 실습용으로

어떤 몸은 신약제료가 되기도 하고   

혹은, 실험용 몰모트용 마루타로 

고통과 비명의 아비규환 속에 죽어간 이들

 

검붉은 화염 속에 재가 되기도 하고 

혹은, 한줌 비누덩이로 화하기도 했던   
유태인의 처절한 그 모습들

너희들의 비극이 그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구나!


찢어지게 가난하여 지지리도 못살았던

보릿고개 넘던 그 때,

개똥이, 맹자 , 맹순이, 삼식이, 용팔이  

자갈돌 같이 흔하게 굴러다니던

그 이름들을 부르듯,

너희들 이름을, 허공에 소리쳐 불러보련다.
......

......

 

산비탈, 논고랑, 밭고랑

온종일 뙤약볕 속에 넘나들던

음메음메~누렁아~

 

우리집 아들놈 딸년들 

서울유학 시켜주던

꾸럭꾸럭~도야지야~

 

허약한 막둥이놈 

건강 꼭꼭 챙켜주던

꼬고곡 꼭꼭~ 꼬꼬댁아~

 

아지 아지, 송아지야

아지 아지, 망아지야~

이눔의 짜식들아~

 

에헤이~

이  불쌍한 놈들아~

느그들을 그리 보내고

휑~하니, 맥없이 남은 내가 

참 허접스럽기 짝이 없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에이~이노무 짜슥들아!

훠이훠이~

잘 가거라, 자알 가거라~

 

가거든, 부디 이 다음엔 

저 초원에 구르는 자갈돌멩이 

한 점, 풀꽃이나 될지언정

짐승으로는 오지 말거라.

 

다시는, 다시는

오지말아라!

이 몹쓸 놈의 아우슈비츠에는... 

 

2011.01.11.-[多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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