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억새 - 多勿 李時明
그...그...그... 그놈의 돈이 뭔지, 가난이 원수이지 동전 한푼 더 벌려고 홀어미, 공장 야근일 나간 새 9살박이 어린이가, 비닐하우스에서 혼자 잠을 자다 불이나서 순식간에 그만, 가여운 생을 마감했다. 꺼어억~꺼어억~꺼어억~
풀잎도 말라버린 빈 자갈땅, 황량한 벌판에 뼈만 앙상한 아이, 숨을 헐떡헐떡 거리며 죽어가는데 먹이 찾던 독수리 한 마리, 먼 발치서 소년의 명줄 끊어지길 기다린다.
젊은 어느 외국기자는 생생한 그 장면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굶주림의 땅-이디오피아 난민상을 실감있게 보도한 공로로 영예로운 "퓰리쳐" 기자상을 수상했다. 사진 기사가 나가자 마자, 곧장...
굶어 죽어가는 소년을 구하지 않고, 사진찍어 보도했다며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와 비난의 화살에,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받고, 심한 자책에 빠져 뼈저리게 후회하던 젊은 기자는, 며칠후 그만, 스스로 목을 메달아 자살을 했다. 꺼어억~꺼어억~꺼어억~
사마귀, 곤충 미물도 새끼에게 제 살 깍아 먹이며 키우는데 포태십삭 10달-300여일을 뱃속에 품어 낳은 자식, 내몰라라 내팽겨친 채 살아가는 인면수심(人面獸心) 에미가 있고...
저 낳아준 어머니, 수시로 폭행 구타하는 아들 유산상속에 눈이 멀어 부모를 정신병동으로 보내버리는 패륜의 악행이 서슴없이 자행되는 독사소굴 같은, 세상 인륜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참으로 무섭고 살벌한 말법(末法)세상 꺼어억~꺼어억~꺼어억~
정녕 인간이란, 사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과연, 만물의 영장이 맞는 겐가? 아님, 어쩔수 없는 동물-짐승에 지나지 않는 겐가? 도무지 알수가 없어! 도대체 알수가 없단 말이지! 꺼어억~꺼어억~꺼어억~
온 심장 시퍼렇게 멍들고, 붉은 피 한웅큼씩 토악질 하며, 꺼억새가 날아간다 구겨진 땅, 찢어진 하늘 위로 퍼드득~퍼드득~ 지친 날개 저으며, 꺼억새가 날아간다 푸드득~푸드득~ 날개짓 사이로, 비겁한 시간이 헐떡거리고, 퇴색한 공간은 소리없이 죽어간다. 꺼어억~꺼어억~꺼어억~
○ 2008/07/08 [13:55] ⓒ 전남조은신문(=뉴스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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