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내 부모, 자연이 내형제.
/李時明
내 꺼~ 네 꺼~!
내 새끼~ 네 새끼~!
곰곰히, 잘 생각해 보면
그러한 구차한 구별들이
이 세상을 복잡하고 어지럽게 한,
근본적 원인이다
저 무한 허공과 광활한 땅에다
빗줄 금을 이리저리 죽~죽~긋고서는
내 것이니, 네 것이니 하며
눈에 핏발을 세우며 살아가고들 있다
천지간(天地間)에,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내 것이 어디 있고, 또한 네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무(無)에서 기운이 뭉치고 뭉쳐서
사람의 형상을 가지고, 인연법에 따라 왔다가
무(無)로 돌아가는 삶!
아무 것도 가지고 가는 게 없다
죽을 때, 가져 갈 것이 하나도 없다.
일시무시일 , 일종무종일
一始無始一 , 一終無終一
부모, 형제, 자식의 인연도
육(肉)이라는 그릇 속에, 영(靈)이 담겨져
대법륜(大法輪)의 틀 속에서
인간으로 오는 과정에, 불가피하게 맺어진
한시적인 인연(因緣)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헤아려 보면
천지조화(天地造化)의 기운으로
나란 존재가, 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니
천지(天地)가, 진정한 내 참부모요
자연(自然)이, 내 형제이다
사람의 형상으로 가죽을 쓰고 나온
육신(肉身)의 가계(家係)에만 국한해서
부모, 형제, 자식, 혈육이라고 할 바 없다
사람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육적(肉的)인 혈연(血緣)보다는
영적(靈的)으로 서로 감응(感應)하고
교통(交通)하는 정신적인 인연(因緣)
그것이, 피보다 진한 참인연(因緣)이다.
겉가죽 모습만 닮은 부모 형제가 아닌
속 마음-영성(靈性)이 함께하며, 닮은 사람
그들이 진정한 부모,형제,혈육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제지간의 인연은
천지 부모형제 보다 더 귀한 연(緣)이다
우주적 질서로 볼때, 가장 높고 귀한 인연(因緣)이
바로, 사제지간(師弟之間)인 것이다
......
......
인간이란, 자연 속에서
만물과 서로 공생하며 살아가야 하는 무리로써
"나" , "너"라는 단수가 아닌, "우리"라는 복수다.
착각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그 것은, 인간 본위의 주관적 망상이다
주관적 망상은, 항상 객관적 실수를 범한다
인간이란,
자연 속에서 한동안 머물다 가는
수 많은 생명체들 중에서
좀 유별스럽고 기이한, 한 종(種)일 뿐이다.
2007.09.17. -[無碍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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