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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 대안대사, 방울대사 이야기

Demian-(無碍) 2012. 11. 21. 22:57

-<원효대사-진영>-


<소개글>


원효대사, 대안대사, 방울대사 이야기



원효는 현재 경상북도 경산시인, 

압량부 불지촌 출신으로 

젊었을 때에 장래가 촉망받는 화랑이었습니다. 


전쟁에서 자주 이기고 돌아왔고 

그 때마다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게 되는데 

어느 날 전쟁에서 크게 패퇴하게 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마저 

전쟁터에서 잃게 됩니다. 


친구를 땅에 묻고 슬픔에 잠겨 

한없이 울면서 복수를 다짐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지난 날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 

그것은 한량없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패하고 

전사한 친구 무덤 앞에서 슬픔에 잠겨있는 

이 순간에 적들은 한량없는 기쁨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으리라.>


같은 일을 두고서 한 편에서는 기쁜 일이 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슬픔 일이 되는 것을 보면서 

자기 위주로 생각한 세상의 모든 일이 

허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탄탄대로인 출세의 길을 버리고 

자신의 집을 개조하여 초개사라고 부르며 

스스로 머리를 깎아 출가하게 됩니다.


바깥 출입을 삼가하고, 

수 많은 경전을 섭렵하면서 수도 정진을 하다가, 

더 좋은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 결심을 하게 됩니다. 

사촌동생인, 젊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길을 떠나게 되는데 

날이 어두워져 돌로 쌓인 무덤 속에서 

피곤한 몸을 누이며 하룻 밤 지내게 됩니다. 

정신없이 자다가 목이 말라서 옆에 놓인 바가지 물을 

벌컥벌컥 달게 마시게 되는데, 다음 날 아침 

그 바가지가 해골이었슴을 알게되고 

더러운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어서 

속이 메시껍고 울렁거리며 구토를 하게 됩니다.

 

< 어젯 밤 그렇게 달던 물도 

해골에 괸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더럽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자 

속이 한없이 불편해졌다. 

모든 것은 생각이 만들어내는 조화로구나...!>

 

해골바가지 소식으로 

<모든 사물과 법은 마음에서 난다.>는 

깨침을 얻고 난 후, 

유학 대신에 서라벌로 되돌아와서 

분황사에 기거하며 많은 저술을 하고, 

강론을 하면서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존경 받는 학승이 되는데, 

함께 떠났던 의상은 유학을 다녀와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화엄종을 전하게 됩니다.


원효가 유명한 스님으로 명성을 날리며 

뭇사람들로 부터 존경 받고 있을 때,


"대안(大安)"이라고 불리는 스님은 

경주 남산 골짜기에서 풀로 엮은 움막집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나, 

늙고 병든 산짐승들을 보살펴 주며 

거지같은 행색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만나면 

< 편안하시게!!, 대안(大安)하시게!! >

이렇게 외치고 다녔으므로 

"대안스님"이라고 불렀을 뿐,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몰랐지요.

어느 날, 원효는 걸승인 대안(大安)스님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 이보시게 원효~! 

나와 함께 가볼 곳이 있는데...?! > 하고는 

성큼성큼 앞장 서며, 원효를 재촉합니다. 

무엇에 이끌리 듯 대안을 따라 

서라벌 북쪽으로 흐르는 북천내를 건너서 도착한 곳은 

비천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창녀들이 모여사는 

빈민촌인 동촌 마을이었습니다. 


대안은 평소부터 잘 아는 듯한 술집으로 들어가면서 

<주모~~여기 귀한 손님 모시고 왔으니, 

술 한상 잘 봐오시게...!> 이렇게 외칩니다.


계율을 청정히 지키며, 성(城) 안에서 왕과 왕족, 

귀족과 지식인 등, 상류층 인사들과 교유하면서 

항상 상객으로만 대접받던 원효로서는 

내심 불편하고 화가나서 

< 이런 깨끗하지 못한 곳으로 나를 데려오다니...???> 

불끈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돌아가는 원효의 등 뒤에서, 

대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보시게, 원효~! 

마땅히 구제 받아야 할 중생을 

여기다 두고, 어디 가시려는가...?>


"대안(大安)"이 던진 이 말은, 불쌍하고 빈천한 

동촌 사람들을 보살피라는 뜻으로 들리지만, 

나중에 원효는 결단코, 그런 뜻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분황사에 돌아와서 며칠이 지났지만, 

등 뒤에서 던진, 대안의 외침이 지워지지 않고 

귀에서 계속 맴돕니다.


원효는 자신이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진정으로 깨우쳐 주고 보살펴 줘야 할 사람이 

왕족과 귀족이 아니라, 그곳에서 빈천하게 사는 

중생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출가했던 초심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 원효는 

모든 명성과 지위를 버리고, 

구제해야 할 중생들이 있는 동촌을 

다시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 사람들은 

원효와 함께 어울리려고 하기는 커녕 

마주하기조차 피할려고 합니다.

우러러보며 존경하는 원효가 

자기들의 곁에 있는 것, 그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그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널리 알려진 자신의 명성임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벗어 던지기 위해서 

가장 비천한 일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 변장을 하고, 큰 절을 찾아가서 

부목을 하게 되는데


부목은 절간의 머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 백명이 넘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큰 절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힘든 농사도 짓고, 

땔감 나무도 하고, 허드렛 일도 하며 지내는데 

부목들을 대하는 스님들은 

대개 하인을 부리듯, 하대를 하며 무시를 하였습니다.


원효는 스님들이 괄시를 하든말든,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꾀를 부리고 게으름을 피우는 

다른 부목들과는 달리, 

시키는 일을 정성껏 할 뿐만 아니라, 

일이 없는 날에도, 스스로 일감을 찾아서 

열심히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절에는 키도 작고 볼품 없고 

모습조차 괴이하게 생겼으며, 행동조차도 

어린아이와 같아서, 스님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한마디로 왕따인 

"방울"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원효는 그를 불쌍하게 여겨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밥을 차려 주기도하고 

아플 때면 보살펴 주기도 하면서 

특별히 챙겨주고 보살펴 주게 됩니다.

 

어느 날, 원효는 스님들이 모여 있는 법당을 

청소를 하게 되는데, 걸레로 바닥을 닦으면서 

가만히 들어 보니, 경전 해석을 두고 

양편으로 나누어져서,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논쟁을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 이 부분은 이렇게 해석해야 맞지 않을까요?>하고 

한쪽 편을 들게 되는데, 

그러자 양편으로 갈라져서 논쟁하던 스님들은 

이구동성으로, <니가 뭘 안다꼬...?> 하면서 

합세를 하여 원효를 야단을 칩니다.

 

무지랭이 부목 따위가 

자신들의 논쟁에 끼어든 것 자체로 

상당히 기분이 상한 스님들은 

부목의 말이 맞는 것도 같지만 

그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조실스님께 물어 보기로 합의하고 

큰스님이 있는 방으로 달려가서 

그간의 쟁점을 말하며 판결을 부탁하는데


< 그것은 이 책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는 말과 함께 

원효가 분황사에서 저술했던 

"대승신기론소"를 건네 줍니다. 

법당에 다시 돌아 온 스님들이 

그 책을 펴놓고 읽어보니 

논쟁하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을 

확연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한 편, 그들 중에는 

< 이렇게 훌륭한 원효스님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탄식하면서 

<안거가 끝나는대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원효스님을 친견해야겠다. > 고 

결심하는 스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님들은 언쟁이 끝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책 속에 있는 내용과 

조금 전에 법당 청소를 하던 부목이 던진 말과 

똑 같은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스님들은 무심하게 지나쳤던 

그의 행동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른 부목들과 달리 

분명히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은 그를 불러 오라고 하게 됩니다.


한편, 원효라는 때를 벗기위해 

부목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목으로서 부목답지를 못하고 

스님같은 언행으로 신분이 탄로났슴을 깨닫고, 

서둘러 봇짐을 챙겨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대문을 열고 달아나려고 합니다.

 

대문을 밀고 막 나갈려고 하는데, 

문간방 문이 열리면서 

방울스님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는 

< 원효~! 잘 가게~!> 하면서

벼락같이 소리치고는 방문을 탁~ 닫아 버립니다.

 

그 순간, 원효는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고, 크게 깨닫게 됩니다.

방울스님은 이미 깨달아서, 

밝게 보는 자였는데도 불구하고 

행색이 초라하고 볼품이 없다는 상(相)에 집착하여 

구제해 주어야 할 불쌍한 중생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엇던 

자신의 무명(無明)이 순간,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 마땅히 구제 받아야 할 중생을 여기다 두고, 

원효! 어디 가시려는가? > 라고, 

대안스님이 던져 준 화두에서 

마땅히 구제 받아야 할 중생이 

동촌에 살고 있는 가난하고 비천하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명성과 권위이라는 

헛된 것에 사로잡혀 있던 

원효, 불쌍한 그 자신임을 확연히 깨치게 됩니다.

 

마땅히 구제 받아야 할, 원효에게 

완전히 떨쳐 버려야 할 것은 

사람들에게서 받는 칭송과 명성과 

권위라는 헛 된 상(相) 이었습니다.


그것을 벗어 던지기 위해, 원효는

승려에게 있어서 목숨과도 같은 계율을 파하게 됩니다. 

요석공주와 스캔들을 일으키고, 

우스꽝스러운 광대복장을 하고 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 부르면서 

계율을 파하는 원효에게,  사람들은 

과거에 보냈던 찬사와 존경 대신에 

손가락질과 비난을 퍼붓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습니다.


동촌마을을 다시 찾아 갔을 때,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를 

높고 귀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 

오히려 자신들이 보살펴 주어야 할 

불쌍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동촌마을 사람들이 받아 들이게 됩니다.

 

이후, 원효는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농사를 지으면 농사꾼이 되고, 

고기를 잡으면 어부가 되고, 

술을 마시면 술꾼이 되고, 

뱀을 잡으면 땅꾼이 되고, 

소를 잡으면 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농사꾼, 어부, 

술꾼, 땅꾼, 백정 등이 되어 지나는 곳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와 함께 술을 마시던 주정뱅이는 

어느새 술을 끊게 되고, 

도둑은 도둑질을 그만두고 

이웃을 도와주게 되고, 

싸움질만 일삼던 사람은 

온순하고 착실하게 되고, 

살생을 좋아하던 사람은 

생명을 소중하게 보살피게 되고, 

미움과 증오에 찬 사람은 

어느새 사랑과 자비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더러운 진흙탕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연꽃이 핍니다.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중생들은 자신의 연꽃을 피우게 되었고, 

또한 더러운 흙탕물조차 깨끗하게 정화되었습니다.


이런 원효의 경지를 두고, 

화엄에서는 "이사무애법계",

 "사사무애법계"를 넘어선 

화작(化作)이라고 합니다.


분황사에 기거하던 한 때의 원효처럼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현인을 

사람들이 금방 알아 볼 뿐 아니라, 

존경하기에 그 길을 가는 것은 쉽습니다.


부목생활을 하던 한 때의 원효처럼 

살아있는 것들과 살아 있지 않는 것, 

일체 모든 것을 사랑하고 불쌍하게 여기며 

전체와 분리된 자아가 아닌, 

전체와 함께 되어 살아가는 성자의 길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원효가 아니기에 수 천의 원효가 될 수 있는 

무애행(無碍行)의 원효처럼, 

일 천장의 연꽃이 피어나는 경지인, 화작(化作)은 

수 천년 인류사에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희귀한 사건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화작의 보살이 된, 원효를 

알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후, 원효의 행적을 자세히 알 길은 없지만, 

수 많은 원효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방방곡곡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 (無所亭) http://blog.daum.net/hanv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