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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락가(自樂歌) /서산대사(西山大師)

Demian-(無碍) 2012. 7. 21. 19:22

    자락가(自樂歌)          /서산대사(西...

   

    





  자락가(自樂歌) 



      /서산대사(西山大師)


    청허자는 가정 을묘년의 여름,  

    처음으로 교종의 일을 맡고 

    그해 가을에 다시 선종의 일을 맡았다. 


    정사년 겨울에 인수를 풀고 

    풍악산으로 들어갔으며,  

    무오년 가을에는 지팡이를 날려 

    두류산으로 향하였다. 


    어떤 유생이 나를 희롱하여 말하기를.. 

    처음에 판사가  되었을 때는 

    그 영화가 더할 데 없더니, 

    지금 판사를 잃고나니, 

    그 궁함이 또한 더할 데가 없구료.  

    몸이 괴롭고 마음이 답답하지나 않습니까? 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내가 판사가 되기 전에는 

     벌의 옷과 한 끼의 밥으로 

    금강산에 높이 누웠었고 

    지금 판사를 그만 둔 뒤에도 

     벌의 옷과 한 끼의 밥으로 

    두류산에 높이 누어 있다네. 


    한평생의 생애는 산림(山林)에 있지,  

    진세(塵世)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얻고 잃는 기쁨과 슬픔은 

    밖에 있고,  안에 있지 않으며, 

    나아가고 물러나는 영화와 치욕은 

    몸에 있지 않고, 성품에 있지도 않다. 


    옛 사람은 높은 집에 올라앉아   

    한 길이나 되는 좋은 음식을 

    가득히 앞에 놓고 먹으면서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지금의 내가 판사가 되었던 것과 같고 

    더러운 거리에 누워 한 그릇의 밥과 

    한 사발의 국을 먹으면서도 슬퍼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지금의 내가 판사를 그만둔 뒤와 같다. 


    그러므로 나아가고 물러감에는 

    영화도 치욕도 없거늘, 

    그 얻고 잃음에 있어서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슬퍼하겠는가. 


    기쁨과 성냄과 슬픔과 즐거움이 

    마음에서 나왔다가 입에서 그치는 것은 

    마치, 연기와 구름과 바람과 비가 

    허공에서 일어났다가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 달인(達人)의 소행은 

    어떤 일이 닥쳐오더라도 

    그것을 따라 응해주며, 

    그 일이 지나가면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노라. 


    스스로 그 마음을 쉬고,  

    스스로 그 성질을 고를 뿐이노라. 


      

    그 흥(興)이 무궁(無窮)하여, 

    이에 한 곡의 노래를 지어 부르노라.


       

    머무니, 여여하고 
       

    행하니, 서서하다. 
       

    우러러 웃고 
       

    굽어보며 탄식한다.
       

    나고 드는 데, 문이 없거니
       

    천지가 하나의 나그네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