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碍-자작詩文방◈

어 떤유희 / 이시명

Demian-(無碍) 2013. 8. 18. 11:32

[수필]
어떤, 유희(遊戱)

  /李時明

문득,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 하나...!
1970년 중반 무렵, 무료한 여름날 어느 오후
화분 몇개로 작은 화단을 꾸며놓은 곳이었다.

꽃잎에 날아와 앉은 꿀벌 한 마리를, 무심코
검정고무신 한짝을 거꾸로 벗어 쥐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휙~덮어씌워 잡아 나꿔채고서는, 쥐불놀이 하듯이, 
원을 그리며 재빨리 윙윙~돌려서 기절시켜 생포했다. 
잠시후, 파리 한 마리도 또 그렇게 생포해서 잡았다. 
파리와 꿀벌은 느닷없이 순식간에 영문도 모르고,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혼절하여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순간, 나는 이상한 호기심과 장난끼가 발동하여
수박을 반 짤라 놓은 것처럼, 둥그런 반원 플라스틱  바가지에다 
물을 담아 떠다놓고선, 가까스로 혼미한 정신을 수습하고서, 
꼼지락 거리는 파리와 꿀벌을 바가지 물 속으로 툭~던져넣어 빠트렸다. 

그리고는, 담벼락 밑으로 땅위를 기어가던 개미 한 마리도 잡아서 
같이 던져넣었다.

꽃잎 위를 선회하던 꿀벌과 파리, 그리고 바지런히 땅을 기어가던 개미...

이 세마리 곤충은 할일없이 무료한 장난끼의 소년에게 재수없게 걸려들어, 

갑자기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사정없이 빙글빙글 내돌리며 정신을
잃었다가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자마자, 곧장 
또 망망대해 바다 속에 빠트려져 있었던 것이다

세마리 곤충은 수십길 넘게 출렁거리는 거대한 파도에 휩싸인채, 

공포에 떨며, 목구멍과 코 속으로 사정없이 밀쳐드는 물을 삼키며 
혼비백산하면서 익사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발버둥치고, 
허겁지겁 헤엄쳐 나아가서, 해수면 끝자락의  테두리 안쪽 벽,
바가지가 주름잡혀진 곳에 헉헉거리며 기어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중지 손가락 끝으로 툭툭~떠밀어 대며, 이리저리 몰아 대면서, 

세 마리 곤충을 또 다시 망망대해  한 가운데로 그들을 툭툭 밀쳐 넣었다.

녀석들은, 또다시 혼비백산 하면서  빠져죽지 않으려고, 

한참동안 사투를 벌이며, 발버둥 쳐대더니, 그 중 가장 몸집이 작은 개미가 
제일 먼저, 기절하여 물 속으로 흠칫 가라앉으며 익사하는 것 같기에 

얼른 건져내서 방바닥에 갖다놓고서는, 물기 없는 쪽으로 툭~밀어내고선
혹시나 살아나려나! 하며, 더운 입김을 후욱~후욱~몇차례 반복하며,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개미는 꼼지락 꼼지락거리면서 

부시시~정신을 차리며 깨어났다. 그러는 와중에, 짬짬이 

파리와 꿀벌 두녀석을 툭툭~ 물 속으로  밀쳐넣으며, 빠트리기를 

몇번 더 반복 했더니, 그 두마리도 잠시후, 앞에서의 개미처럼 

혼절하고서는 미동도 하지않으며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기에, 

나는 또 그들을 건져내어서 개미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더운 입김으로 

수차례에 걸쳐 훅훅~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잠시후, 그 세마리는 

꿈틀꿈틀거리며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되살아났다.

그러자 나는 또 다시 그들을 바다 속으로 밀쳐넣어버렸다. 

이전과는 달리, 녀석들은 기진맥진해서인지,  이번에는 얼마 못가서 
이내 기절해버렸다. 차례로 건져내어 입김을 불어 되살려 놓고는, 

다시 빠트리기를 몇번 되풀이하다가, 무심코, 성냥개비 하나를 

바다 속으로 던져넣어 주었다. 그러자  세마리 모두가 던져준 

성냥개비 통나무 위로 죽을 힘을 다하여 헤엄쳐 기어오르며, 

마치 섬에 기어오르듯이 올라 붙어 필사적으로 꼬옥 껴안는 것이였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또다시 성냥개비를 툭툭~치면서 

물 속으로 통나무를 빙그르르 돌려대었다.
세마리는 마치 물레방아에 달려붙은 검불처럼 부둥켜 안은채로, 

바다 속을 수차례 부침하다가  마침내,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중  몸집이 제일 작은 개미가 먼저 기절해버렸다. 

나는 몸집이 제일 작은 개미가 문득,  불쌍하고 가장 측은해 보이기에, 

더운 입김으로 훈기를 불어넣어 다시 되살리고는 담벼락 밑, 

흙더미 구멍 앞으로 슬며시 갖다 놓아 주었다.
꿈틀거리며 잠시 비틀거리다가 정신이 좀 차려지자, 

개미는 비실비실 걸으며 흙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녀석은,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내 손아귀 저승길에서 벗어나, 
기적적으로 살길을 찾아간 것이다. 
남은 벌과 파리, 그 두 마리는 계속 연이어 무심한 악동의 심심파적 놀이에 

속절없이 명줄을 수차례에 걸쳐 놀림 당하며 혼절했다 깨어나기를 
여러번 더 거듭하다가, 나중에는 마침내 둘다 꼼짝하지를 않았다.

어라! 이 것들이 이젠 죽어버린 건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다시 더운 입김을 한참동안 훅훅~불어주었다. 그랬더니, 
참으로 모진게 생명력인지, 두 마리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되살아 났다. 

그런데 순간, 나는 왠지 모르게 묘한 마음에, 저 꿀벌만은 

개미처럼 살려줘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화단의 꽃덤불 속, 잎사귀 위로 

벌을 슬며시 갖다 올려주었다. 그리하여 녀석은 비로소 

마귀의 손에서 벗어나 살아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남아있던 파리 한 마리는, 
그 때의 내생각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더러운 똥간에서 생겨나와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내리며, 갖은 병균을 옮기는 추한 흉물로 느껴져서 

여지없이 또 다시 물 속으로 집어넣기를 수차례 더 반복해버렸더니, 

결국은 익사를 했는지...몇차례나 툭툭~ 건드려도 전혀 꼼짝하지 않았다. 

에이~죽어버렸나 보다!  하고서는, 그녀석을 쓰레기통 속으로 

휙~던져넣어버렸다.

한참,  호기심 많았던 십대의 사춘기 시절... 
악동소년이 심심풀이차 우연히 저지른 
악의적인 장난 - 어떤, 유희(遊戱)는 그렇게 
끝이 나버렸다. 무심한 세월이 흘러흘러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일이 불현듯이 눈앞에 훤히 떠오르면서 

문득,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만감이 교체하며 
그 장면들이 마치 영화필름처럼 떠오르며 머리 속을 지나간다.
어느날,  평온한 일상에서 느닷없이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잡혀서는 
고문을 당하고 혼절했다가 가까스로 겨우 깨어보니, 또다시 
거대한 파도가 넘치는 망망대해 속에 빠트려진채,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기를 수차례 거듭하며 악전고투를 벌이는 

기막힌 처지에 놓인다면, 그야말로 천청벽력이 아니랴!

무던히 주어진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무참히 명줄을 강탈 유린당하고, 
삶과 죽음 사이를 수차례 오가는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해, 
죽엇다가 살아나는 걸, 여러번 반복하며,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상처를 입고나서  얼마되지않는 나머지 생(生)을 살다가 간, 꿀벌과 개미...

그리고 끝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악~하는 비명소리 
한 번 제대로 질러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로 죽어간 가엾은 파리 
한 마리...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어느날 갑자기 거대한 회전 바퀴 속에서 
사정없이 휘돌리다, 망망대해 속에 훌쩍~던져져서는 생사의 문턱을 
수차례 넘나들며, 기절했다가 깨어나기를 수차례 거듭하는 
가혹한 고통을 겪으면서, 그들은 도대체, 왜? 자신들이 
그런 지경에 처하고, 또 그리 당해야 하는건지, 이유도 까닭도 
전혀 모른채, 일방적으로 보이지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무자비하게 명줄을 유린 당하던 세 마리의 그 곤충들...

그 때, 유년기 시절의 기억이 홀연히 선명하게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히 돌이켜 생각해보니...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또한 내게 조금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던 세마리 곤충들... 나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저 자신들의 평온한 일상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나는 무심코 저질렀지만, 실로, 엄청난 죄악을 태연하게 서슴없이 

저질렀던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는 심정에 놓여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라는 
곳도, 내 인식의 한계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 어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무심한 
어떤 유희의 작희적 장난에 휘둘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소름끼치는 무서운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라 칭해지는, 이 인간이라는
 기이한 물형(物形)들의 삶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어쩌면 
그와 하등 다를 바가 없고, 그와 같은 것이 아닐런지...

2006.01.23./-[多勿]-

★무소정★☞http://blog.daum.net/hanvak 

*「후기」:

홀연히,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
유년시절에 무심히 저질렀던 악의적 장난. 
오래된 그 기억이 문득 되살아나, 그 때의
기억들을 곰곰히 더듬어 떠올리며, 
나와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생명줄을 받아 
한 세상 살려고 나왔던 작은 생명체
-꿀벌,파리,개미... 그 세마리 곤충들에게 
무심코 저질렀던, 지난날 어린시절의 별다른 이유없이 저지른 

악의적인 행위, 그 엄연한 죄악을 생각하며, 오늘에 이르르서 

그 세마리 곤충들에게 비로소, 일말의 속죄와 함께 

깊히 사과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크고 작은 여러 수만종(種)의 생명들과 

뭇 생명현상에 대한, 새삼스런 경외심과 그에 일어나는 

만상(萬想)을 가만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시명-[多勿]-

 

 

'◈無碍-자작詩文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경우음 / 이시명  (0) 2014.04.26
[스크랩] 능금 / 이시명  (0) 2013.08.25
인생이란...ing진행형   (0) 2013.05.01
겨울 연가 (戀歌)   (0) 2012.12.13
산행(山行)  (0) 201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