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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별곡 (地下鐵 別曲) / ⓒ전남조은신문

Demian-(無碍) 2008. 9. 14. 00:53

 

지하철 별곡 (地下鐵 別曲)

 
全南朝恩新聞 


내심, 궁금했지만
선뜻,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굽은 걸음 번갈아 오가며
매처럼, 훑어 쏘아대는 눈빛

버려진 신문지가
재빠른 손놀림에 채여
차곡차곡 쌓인다.

황급히 체포되어
낡은 옥(獄)에 눕힌 포로들
재생공장으로 송환된다 한들
기껏, 얼마나 되랴?

쭈뼛쭈뼛
망설이다.
슬쩍~ 던져 보았다.

그 거….
모아서 다 팔면
얼마쯤,
버십니까?

힐끔~훑어보며
"그건, 왜 물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하루 한 서너 시간 부지런히 모으면, 7~8천 원 정도 벌지."

다른 일을 해 보시지요?
연세가 어떻게…?

순간, 쏘아대는 따발총
"아~ 막노동도 나이가 많아서, 어디 받아 주는 데가 있어야제"
"칠순이 넘었으니, 어디 받아 주는 데가 있는감!"
"놀면 뭐혀~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나
수없이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살아온 노구(老軀)
온 삭신이 저리고 뼈마디가 시리다.

누군, 한 끼 식사로 수백만 원 쓰고
하룻밤 술값에 수천만 원 쓴다는데….
커억~ 커억~
목구멍에 울컥~ 가시가 걸린다.

[전남조은신문/다물(多勿)-李時明]

 

 

2008/09/13 [16:05] ⓒ 전남조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