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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근시안(近視眼)-전남조은신문 게재

Demian-(無碍) 2008. 3. 18. 19:08

 

[칼럼]근시안(近視眼)
 
/李時明 
 

[전남조은신문=국송(國松)李時明] 
파리와 모기가 들끓든지, 혼탁하든지 말든지
"세상 모든 것은, 다 있을 만 하니 있다"는 식으로
만사(萬事)를 가능한, 긍정적으로 보며 살아가자! 하고
말한다면, 달리 할 말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매사를 그런 사고(思考)와 논조(論調)로 대처하고 가름한다면,
일제치하 36년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한 흐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의 황국신민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3.1만세운동이나, 독립운동을 피흘리며 할 필요가 없지 않앗겠는가.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마저도 초개같이 버렸던
백범-김구, 백야-김좌진 같은 항일독립투사들과 우국열사들은
모두 다 시대의 흐름을 모르고 역행(逆行)하는 현실을 망각한 몽상가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들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그 비통했던 시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서
오히려 영화롭게 세월을 풍미하며 잘 살다가 간 사람들이 있엇다
친일파 매국노들이 그러했고,
설마, 그렇게 쉽게 우리나라가 해방될 줄은 몰랐다던...
얼마전 죽음을 목전에 두고,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친일행적들이 낱낱히 드러나
오욕스런 마지막 생(生)을 마친 문인도 있엇다.

위정자가 광폭한 독재정치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나, 그 피해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적당히 자기안위만 챙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면, 어찌 되엇을까?
그랫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한 것은 마치, "오염된 연못에서도, 피어날 꽃(연꽃)은 피어난다"는 식이다
얼핏보면, 현명하고, 지극히 현실적 합리주의로 인식되겠지만
우선 편의적 그러한 생각들은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게 되고
나중에는 회복하기 힘든 고질적인 상태를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세상사에 있어서, 항상 긍정적인 시각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이란 말을 확대해석하고 오인하여, 엄연히 드러나는
문제가 많은 현상들을 그냥 시대적 흐름으로 인식하고 잘못 받아들이게 되면,
사람의 근본과 삶의 뿌리가 변질되거나,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병리현상들이 분명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발전이 있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과도기 현상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수용해보자는 것은
안일한 처신이기도 하지만, 또한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어떠한 불의가 있다하더라도, 대세(大勢)에 굳이 항거할 필요 없이
자신(혹은, 소수집단)의 실리와 안전만 잘 챙기면, 유능한 사람이 된다는 식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저와 같이 천년만년 살고지고"...처럼,
시세(時勢)에 잘 영합하고 적당히 어우러져 살아가는 게
과연, 현명한 처신이 되는 것인지...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부정적이기 보다는,
매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다
우선, 듣기에 좋고 입에 달콤한 말일수록, 독(毒)이 될 소지가 많은 것이다
뼈에 금이 가거나 살점이 곪으면, 가능한 빨리 치료를 해야 하지 않는가!
물론, 치료나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금방 죽거나, 곧바로 기형이 되지는 않는다.
간혹, 운좋게 드물게는 자연 치유가 되는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요행을 바라거나,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혹자,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래샴 법칙"을 운운하며
방법이야 좋든 말든, 문제가 많든 적든, 일단 활성화 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우선 먼저, 쩐(돈)을 많이 벌어놓고 난 다음에
"정신적인 부분은 나중에 적절히 봐가면서 채우면 된다"는 식의 말을 한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면 된다" 는 명언구절 같이도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사상적 실상은
쩐(물질)에 노예가 된 듯, 오직 쩐(돈)만이 최고 가치이고 가장 우선이다

심한 악취가 나더라도 그냥 놓아두고, 어느정도 세월이 흘러가다 보면
없어질 것은 없어지고, 살아남을 것은 살아남는다는 식의 "적자생존 논리"
어찌보면, 아주 현명한 판단이고, 지극히 합당한 말인듯 하다.
그러나, 상당한 깨달음의 지혜를 얻은 현인(賢人)들의 말씀들을
수박겉핥기식으로 쉽게만 해석하고 판단해버리는 사람들이
참진의(眞意)를 오인하여, 잘못 이해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상품에도 각각 브랜드-고유상표가 있고
우선 보기에는 같거나 비슷한 제품으로 보여도
엄연히, 질이 구분되고 각각 등급이 매겨져 있지 않는가!
저질품이 많으면, 정품의 위상이 추락되고
쓰레기가 많으면, 환경이 오염 되는 것이다
세상사도 인간사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다수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잘못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인간사회가
왜, 이렇게 타락하고 삭막한 세상이 되었는지
그 원인과 이유를 잘 짚어보면, 주된 요인으로
보다 멀리 내다 보지 못하고, 바로 눈앞의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근시안적(近視眼的)인, 식견과 행태로 세상을 주도하게 되면서
온갖 문제투성이로 뒤엉키고, 마치 살얼음판과 같은 세상이 된 것이다
당장,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정신적인 부분을 무시하거나, 뒤로 미루고
항상, 먼저 눈에 바로 비치는 현상만을 중요시하는 물질적 가치관들이 주입되어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되고 뿌리박히게 되면서 부터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인성(人性)이 매말라 갔고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는 대신, 정신적으로는 병(病)이 들게 된 것이다
사소한 주차문제로 이웃간에 살인까지도 일어나는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물욕(物慾)에 대한 집착이 심하면 심할수록
정신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더 많이 생기게 되는 존재들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많고 부(富)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정신이 황폐해지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續性)이기에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선각자(先覺者)와 현인(賢人)들은
물질적인 것은, 최소한의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정신적인 부분에다 가치를 더 두고, 마음수행 하면서
정신수양 하는 것을 항상, 더 중요시했던 것이다.

-안빈락도(安貧樂道)
과유불급,안분지족 (過有不給,安分知足)
우리의 육신은, 정신을 담는 그릇으로
무한의 공간 속에서, 잠시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이기에
인간에게 있어서 진정한 참가치는, 무형의 가치
즉, 정신적 진화와 발전을 해나가는데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동물과는 다르게, 항상 본능적으로
보이지 않는 영(靈)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무형의 가치인, 예술이나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기에 있다
물질로 채울수 없는 정신적인 충족을 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의 방편이 예술행위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신적인 부분의 충족을 추구하는 예술행위가
물질(돈)이나, 공명심에다 촟점을 맞추게 될 때에는 혹세무민하는 세상이 되고
가치관의 혼동으로 인해, 정신적인 공황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에 오직, 돈(물질)만이 유일한 가치기준이 되고 절대적인 척도가 되어버리니...
작금의 세상이, 정신은 외출하고 빈 껍질만 남은 인간들로 가득차게 되엇고
자연과 공존하며 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 인간들이,

오히려 자연에 가장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이상한 괴물처럼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가치전도와 기울어진 인성(人性)을 바르게 회복하고
개선하는 일을 맡아서 해야 할, 무형의 짐을 진 사람들 중에서
정신적인 안내자로 일종의 선봉적인 역할을 해야 될 사람들이
바로, 글을 쓰는 사람-문인(文人)들이다.
잘못된 인식과 세태의 오류들을 바로 잡아나가는 시대적 파수꾼 역할이
문인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사명이자, 무형의 업(業)이기도 한 것이며.
또한, 글을 쓰는 이들이 실천해 나가야 할 중요한 덕목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2008/03/17 [19:59] ⓒ 전남조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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