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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달팽이 / 多勿-無碍堂

Demian-(無碍) 2007. 6. 15. 20:49
        

   

꿈꾸는 달팽이



               /李時明



<단단한 껍질을 버리지 않는 한 
  달팽이는 결코, 비상(飛上)할 수가 없다.>



오늘도 풀잎 끝에서 
날아 오르고픈 꿈을 꾸지만, 
발 밑에 차오르는 잿빛 두려움 
멈칫거리며 마냥 시간만 갉아 먹는다 

영악한 머릿골 정수리엔,늘 
두 가닥 안테나 곧추세우고 
하늘과 교신을 꿈 꾼다


발가락 풀끝에 깊게 박은 채, 
허느적 걸음 느린 몸짓에 
밤색 자폐증 깊히 앓는 달팽이 

단단한 껍질을 벗어 던질 수 없는 한 
결코, 날개는 돋지 않는다 
비상(飛上)을 할 수 없는 거야 

뙤약볕에 살이 익을까 봐 
도전과 모험이 두려워 
속으로만 웅크려 파고 드는, 너는 
환골탈태(換骨脫兌)... 
크게 죽어야 사는 까닭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꿈꾸는가? 
하늘을 날고 싶은가? 
습관처럼 웅크려 드는 
네 이기적인 둥지를 버려라! 

단단한 그 껍질을 벗지 못하는 한 
다시 태어나도, 넌 
달팽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야.


2005.03.13./[無碍堂]-多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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